일요일인데다가 바쁜 시간대인데 횟값을 계산할려는데
갑자기 계산기가 작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 에이..오늘 같은 날 뭐고..'
손님이 계산을 하고 나가고 난 뒤 걱정이 되더군요.
일요일이라 근처 문방구도 문을 다 닫은 상태인데 참 난감했습니다.
" 자기야.. 계산기가 고장인갑다 . 작동이 안된다."
" 함 보자.. 약이 없나 보네.. "
" 어짜노.. 참..나.."
" 어쩔 수 없지.. 휴대폰에 있는 계산기로 해라.. 어짜겠노..
임시방편으로 사용해야지.. 내일 마트가서 하나 사자.."
" 엥..휴대폰에 밧데리가 없네.. 자기꺼 좀 도..."
" 저기 윗 옷에 봐라..거기 있다.."
당장 사용해야 하는 거라 전 남편 말대로 어쩔 수 없이 휴대폰에 있는
계산기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 어...이게 뭐고?!..'
휴대폰에서 계산기를 찾는데 메모장에 뭔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자기야.. 꼼꼼히 알아...'
순간..
이게 뭐지?! 하며 계산기보다 메모장에 눈이 더 가더군요.
그래서 메모장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그랬더니..
ㅎ...
그 메모장은 바로 올 초에 제가 남편에게 넣어 둔 메모였습니다.
' 자기야..꼼꼼히 알아 보는거 보기 좋아..가게 할려고 맘 먹었으면
열심히 해 봐라..내가 밀어 줄께 힘 닿는데까지..'
작년부터 작은 가게를 하는게 꿈이라는 남편..
알게 모르게 일을 마치고 나면 가게를 알아 보러 혼자서 발품을 팔고 다녔었지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고 있노라니 남편만큼이나 저도 힘들었답니다.
왜냐하면 저렇게 자신의 작은 가게를 하고 싶어하는데 제가 해 줄 수 있는건
하나도 없더군요.
그렇다고 작은 가게를 하고 싶어하는 남편에게 무심하게 그냥 하는 일이나
열심히 하시죠라고 딱 잘라서 말하는 것도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그리고 지금껏 남편 덕에 편하게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누리고 살았다는
생각을 하니 그냥 모른체 하기엔 내 자신이 허락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남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해 주는 것이 아내의
도리라고 느꼈지요.
사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솔직히 쉽진 않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소박한
꿈이라는 생각에 많은 생각을 한 가운데..
올해 3월 초.. 새벽에 천정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끝에 남편의
휴대폰에 제 마음을 살짝 넣었답니다.
이렇게 ...
메모장을 보는 순간 남편이 기뻐할 상상을 하며 말이죠.
물론...
제 생각대로 메모장을 본 울 남편..
' 고맙다.. 잘 할께..' 란 답으로 제 마음을 읽어 주었답니다.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린 9월 2일 남편이 그토록 하고 싶어하는 작은 가게를 계약했답니다.
계약하던 날..
엄청 좋아하던 남편의 얼굴..
어떤 표현도 안 될 만큼 제 마음도 좋았답니다.
참..
세월이 유수같다는 말처럼 우리가 작은 가게를 한 지 벌써 3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본 남편의 휴대폰에 내장된 올 초에 제가 보낸 메모..
그 메모를 보니 왠지 가슴이 찡하더군요.
그래서 퇴근 후 ..
남편에게 메모장에 있던 내용 왜 아직 삭제 하지 않았냐고 살짝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남편은 잠시 생각하 듯 제 얼굴을 한번 쳐다보며 이러는 것입니다.
" 내가 하고 싶어했던 일을 하라고 어렵게 허락해 준 소중한 니 마음인데..
어떻게 지울 수 있냐.." 고 말입니다.
전 남편의 그 말에 더 고맙더군요.
늘 받기만 하고 제가 남편을 위해서 한 것은 별로 없어서 그런지..
더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혼 10년이 된 지금..
남들은 갱년기다 뭐다 사랑이 점차 시들해진다고 하던데..
우리 부부는 해가 가면 갈 수록 사랑이 더 피는 것 같습니다.
" 사랑합니다..잘 할께요..당신 만큼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