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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남편이랑 말다툼을 심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 잘 싸우지 않는 편인데..
그날따라 왜 그리 하루종일 짜증이 나고 하는 일마다 귀찮았는지..
그래서일까요..
남편의 말 한마디..
얼굴 표정 하나 하나마다 꼬투리를 잡고 말았습니다.

" 내 생활이 없어.."
" 하루종일 같은 일에 이제 짜증나.."
" 친구 만날 시간도 없네.."
" 쇼핑할 시간도 없고..이게 뭔데.."
등등...

그날따라 남편에게 평소에 서운했던 말들을 나도모르게 서슴없이 해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짜증을 내 뱉어도 남편은 소처럼 맑고 선한 눈망울로
절 안쓰럽게 쳐다 보았습니다.
' 그렇게 힘들었냐! ' 는 듯 말입니다.
하지만 전 남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조용히 있지 못하고
더 심한 막말로 남편을 괴롭혔습니다.
" 우리동네 갈비집에 주인아줌마처럼 나도 폭삭 늙는거 아니가..
흰머리가 요즘따라 많이 생기는 것 같다.. " 고 말입니다.
그 말에 남편 충격을 받았는지 이러는 것입니다.

" 내일부터 니하고 싶은 일하고 가게 안 나와도 된다." 고 말이죠.

' 그게 아닌데.. 내가 말하려고 하는게 그게 아닌데..'
남편의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더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 그래.. 고생하는거 안다.. 조금만 참아.. "
이런 말이 듣고 싶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모르고 야속했습니다.

세월..
아니 시간이 약이었을까요..
며칠 지나고 나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히히덕 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남편에게 막말로 힘들게 한 것이 미안하더군요.
그런데..
이 놈의 무뚝뚝한 성격이 어디가는지..
' 그날 내가 미안했다..마음 넓은 당신이 이해해 주라..' 고 한마디만 걸치면
내 마음도 편할텐데 ..
참...
나..
남편과 마찬가지로 무뚝뚝한 성격 탓에 아무 일 없었는 듯이 슬그머니 넘어가는
내 모습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하더군요.

' 뭐할라꼬.. 그런 말 해가꼬.. 으이구..'
후회를 하니 더욱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퇴근하고 한잔하면서 꼭 그 말을 꺼내야지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울 남편..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 이러는 것입니다.


" 니 오늘 많이 피곤하나? "
" 왜? 아니.. "
" 그럼 집에 가서 샤워하기전에 염색해주께.."
" 뭐?!..갑자기 뭔 염색?! "
" 흰머리 안 보이게 해 줄라고.. 흰머리 안 보이면
좀 젊어 보일끼다..미안타..미용실가서 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쉬는 날까지 기다릴려면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되잖아.. "
" ................ "


염색해주겠다는 남편의 말에 너무 고맙더군요.
늦은 시간까지 일해 피곤한데도 절 위해 염색을 해 주겠다니..
그저 고맙고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 염색은 무슨..다음에 미용실가서 하면된다.."
" 그때까지 들들 안 볶을꺼제.."
" 뭐라하노..."
" 알았다.. 이제 바가지 안긁는다는 말로 알아 들으꾸마.. 근데..
흰머리 유전 아니가.. 처형들도 모두 흰머리 빨리 나는 것 같던데..ㅎ"
" 아니거든.. 나.. 흰머리 신경 많이 써서 그렇거든.."
" 알았다.. 문디.. 핏대 또 올린다..으이구.."

남편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네요.
흰머리도 유전이라 빨리 날 수도 있을거라고..
사실 울 엄마도 흰머리 대게 많았거든요.
글구.. 큰 언니, 작은 언니...
그러고 보니 유전적으로 빨리 흰머리가 날 수도..ㅎ
여하튼 전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우겼답니다.
뭐..이렇게 제가 우겨도 남편이 그려려니하고 잘 넘어가줘서
큰 트러블은 생기지 않는 것 같기도 하네요.

결혼생활 10년차인 나..
왜 이렇게 가면 갈 수록 철이 없고 뭐가 그리 바라는 것이 많은지
생각하면 할 수록 밉상스럽네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 남편에게
더욱더 잘해줘야 함에도 무슨 배짱인지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남편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들기만 합니다.

' 자기야..이제 억지쓰지 않고 트집 안잡고 짜증 안 내도록 노력할께..
두고 봐..내년에는 이해심 많고 착한 마눌로 살거니까..기대하숑!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