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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습관이 어느샌가 결혼 11년 차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끊지 못하는 제 일상이 된 습관은 어김없이 나타났지요.

" 자기야..맛있나? "
" 어떻노? "
" 괜찮제.."  란 말...

솔직히 결혼 초에는 누구나 다 그렇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정성스럽게
요리를 해 밥을 차리면 맛이 있든 없든 정성을 생각해 잘 먹지요.
물론 '맛있어?' 라는 말을 묻기도 전에 아내의 정성을 생각해 먼저
" 맛있네.. " 라는 멘트를 날려 주는게 기본이었지요...

하지만 결혼생활이 길어 질 수록 남편의 본심이 그대로 묻어 있는
말투가 점점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우리 부부가 식탁앞에서 하는 대화를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 맛있나? "
" 물어 보지 마라.."
" 어떻는데? 어? "
" 내 쳐다 보지 말고 밥 무라.."
" 맛 없나? "
" 제발 물어 보지 말고 그냥 밥 무라.."

참 무뚝뚝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경상도 부부의 대화죠..ㅎ
경상도 부부라면 대충 우리 부부의 대화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경상도 분들이 아니면 ' 뭔 대화가 저래?","뭔 말이야?' 하는
의아한 반응을 보이길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간단히 밥 먹을때마다 일상이 된 우리의 대화를 좀 풀어 보겠습니다.
그럼 조금 제 글에 대해 이해를 하실 것도 같아요.

" 맛있나? "
- 다른 날보다 나름대로 맛있게 요리를 한 것 같을때 묻는 말입니다.

" 물어 보지 마라.."
- ' 맛에 대해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는 남편의 속마음이
그대로 표출된 말입니다.

" 어떻는데? 어? "
- '왜 맛없어?' ,' 별루야?' 란 의아한 반응이 그대로 묻어 있는 말입니다.

" 내 쳐다 보지 말고 밥 무라.."
- ' 그저 그래..' 란 남편의 속마음...
 
하지만 전 늘 그렇듯이 '뭐가 그저 그래' 란 의구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맛있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알아 주지 않을때
오늘처럼 한번 더 이런 멘트를 날리지요..


" 맛없나? "
- '다른 날과 좀 틀린 것 같은데 자긴 그거 못 느껴?'
의아의 반응이 묻어 있는 말..

" 제발 물어 보지 말고 그냥 밥 무라.."

헐...
이 말이 나오면 제가 얻으려고 하는 답을 포기해야하지요.
제가 얻고자하는 대답이야 당연히 ..'응..정말 맛있어!' 란 말..
그럼 '제발 물어 보지 말고 그냥 밥 무라' 의 남편의 속마음은
어떨지 궁금하죠.

에공 공개할려니 좀 쑥스럽고 부끄럽네요..
그 대답의 속마음은 바로...
' 맛 없는거 억지로 맛있다고 하라고 말하는거 같다.'
뜻이 내포되어 있는 말이랍니다.


솔직히 결혼 11년 차 주부이지만 전 요리를 썩 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늘 배우며 나름대로 잘 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근데 입맛 까탈스런 남편 아니 요리를 저보다 훨씬 잘해서 
어느 순간부터부터
요리를 하면 기가 살짝 죽기도 한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요리를 못한다고 직접적으로 제게 말하진 않지요.
기분 안 나쁘게 살짝 돌려서 말을 하지만 전 그 말을 하기도 전에
남편의 표정만 봐도 맛 있는지 맛 없는지 다 안답니다.
하지만 이 놈의 무뚝뚝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 있는 경상도 아지매도
가끔은 무뚝뚝함이 아닌 조금은 닭살스러운 말을 듣고 싶은데..
눈치 코치가 없는지 전혀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네요.

그래도 참 우스운건 ..
조금은 무뚝뚝한 말투때문에 식탁앞에서 서운한 마음이 들어도
남편 속마음이 그대로 표출된 맛없는 요리도 땀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어 주니까 그것으로 위안을 느끼고 있네요.
헤헤..

여하튼..
요리솜씨는 여전히 진행형을 달리고 있고..
늘 남편의 대답이 서운한 마음이 들어도 ..
이런 것이 바로 부부간의 정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도 열심히 요리를 잘해 언젠가는 꼭 이 말을 자연스럽게 듣는 날이 오겠죠.

" 와!!.이게 뭐고..억수로 맛있네..쥑인다.." 라고 말이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