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 아..네..안녕하세요.. 장보러 오셨나보네요..
와.. 딸래미 많이 컷네요.. 안녕..."
" ........ "
" 뭐하노.. 인사해야지.."
" 모르는 사람한테는 인사하지 말라메..
나 이 아줌마 모르는데..."
" ........ "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드는 아이의 한마디였습니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인사를 하지 않는 아이의 행동에 조금 미안했는지
아주머니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이내 자리를 떴습니다.
솔직히 아주머니와 아이가 저 멀리 멀어져 갈때까지 좀 멍하더군요.
세상이 많이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체험하긴 처음이었습니다.
예전에 지하철에서 있었던 할머니와 아줌마의 대화
-할머니의 순수한 마음을 짓밟아 버린 젊은엄마의 한마디..속에서
간접적으로나마 각박한 세상을 많이 느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보니 지하철 할머니의 마음을 더 이해하겠더군요.
" 옛날하고 많이 다르긴 다르네.."
" 우짜겠노..세상이 그렇게 변해가는데 근데 좀 그렇긴하다.."
남편과 전 장을 보는 내내 아주머니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삭막해져가는 현실이라는 주제를 갖고 말입니다.
물론 옛날 제 어린시절고 비교하면서 말이죠.
옛날 제 어린시절엔 대문을 활짝 열고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 당시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었지요.
인사를 잘한다고 어른들이 먹을 것을 주면 경계의 모습보다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어른이 주는 걸 받아 먹곤했고..
동네에서 아이들과 시끄럽게 떠든다고 야단을 맞아도 오히려
이웃들에게 미안해하고 수긍을 하며 어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옳은 말로 들렸습니다.
그래서일까 누구하나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를 정도로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살고..
엘리베이터에서 누굴 만나더라고 모른 척하며 자기할 일에 빠져 있고..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 오기라도하면 완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예민해하지요.
물론 동네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지요.
솔직히 오늘 동네에서 잘 아는 아주머니를 만나 인사를 나눴지만 아주머니가
일부러 아는 체 하지 않았다면 그냥 무심하게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주위를 잘 돌아 보지 않고 평소처럼 내 일에만 열중하며 걸으니 말입니다.
가면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
서로를 못 믿는 세상..
이웃간에 소통이 없어지는 세상..
남을 못 믿는 세상이 되어 버린 지금의 현실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모습처럼 느껴지네요.
내 어릴적 동네 풍경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말이죠.
현재 삭막한 현실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훗날 어떤 것들을
추억하며 그리워할까요.
왠지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

